깨어 있는 자의 슬픔 – 권력 너머의 외로움 / 패왕의 고독 – 힘보다 마음을 원하는 자들
나는 세상에 조금 더 깨어 있고,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아주 드물다.
그들은 정신이 깨어 있고, 사람들과 감성적으로 연결되길 원하며,
표면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관계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아프게도,
이런 관계를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마음이 열린 이들조차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오래도록 이렇게 믿었다.
사랑을 품으면, 말은 부드러워지고 마음은 참을성을 가지게 되며
세상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생긴다고.
그래서 나의 롤모델은 예수님이었다.
사랑과 인내, 그리고 인간을 향한 깊은 연민.
그분은 내게 진리의 형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또 하나의 형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북두신권의 켄시로.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랑보다는 책임으로 세상을 품으려 했다.
켄시로는 여인을 지키려 하고,
무너진 세상 속에서도 사람들을 보호하려 했다.
강한 신체와 무술적 능력으로 세상에 맞섰지만,
그 역시 끝없이 고독했고, 싸움으로는 세상을 완전히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마주했다.
라오우.
세상의 악이 너무 크고,
악인은 너무 많고,
악한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기에
라오우는 결단한다.
“내가 세상의 악을 억누를 수 있는 더 강한 존재가 되겠다.”
그는 권왕이 된다.
패왕이 된다.
스스로 악을 품지 않으면서도, 악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갖춘 존재.
사람들에게 사랑받진 못하지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자.
나는 이 라오우에게 깊이 끌렸다.
현실 속에도 그런 사람을 본 적 있다.
무척 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
하지만 내면은 상처받기 쉬운 따뜻한 사람.
사람들에게 질책하고, 때로는 매섭게 대하지만
그 안에는 사랑이 있고, 인간에 대한 기대가 있다.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사람들의 무례함에 마음이 무너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더더욱 강하게 세상에 맞서려 한다.
예수님도 온유하기만 한 분이 아니었다.
바리새인, 권력자, 종교인들과 강하게 맞섰던 분이다.
세상을 사랑했기에,
오히려 더 단호했고, 더 분명하게 싸웠다.
나는 아직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생각한다.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
강한 행동 속에 자비를 품고,
싸움 속에서도 화해를 꿈꾸는 사람.
그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그것이 바로
패왕, 권왕의 슬픔이다.
사랑하기에 싸우고,
품고 싶기에 멀어지고,
지키기 위해 스스로 차가워지는 사람.
⸻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