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사람에게 바치는 변명이자 찬사 -조용하지만 단단한, 나의 빛나는 본성에 대하여
내향적인 사람에게 바치는 변명이자 찬사
-조용하지만 단단한, 나의 빛나는 본성에 대하여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고요할 때 힘이 생기고, 조용한 공간에서 생기가 돌고,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다워진다.
활기찬 군중보다는,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적막한 순간이 소중하다.
어릴 적 나의 취미는 아주 분명했다.
만화책.
그 안에 모든 세계가 있었다.
북두신권, 드래곤볼, 시티헌터…
매일같이 만화방을 드나들던 그 시절은,
감수성이 최고조였던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활자와 친해진 것도, 이야기를 사랑하게 된 것도 다 그 덕이었다.
문자의 세상에 빠지면서 무협지를 만났고,
그 광활한 세계는 또 다른 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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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생각해보면,
내향적인 사람은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둘 수도 있지만,
자기 내면, 영혼, 의식과 더 가까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밖을 향한 관심보다
안으로 향한 주의가 많기에,
내 몸의 감각, 내 영혼의 움직임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은 수행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믿는다.
고요 속에서 자라고,
적은 사람들과 깊게 맺고,
소란보다 침묵을 선택하며,
결국 스스로와 더 친밀해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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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소중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1년에 몇 번 만나는 정도가 되었지만,
그들이 나에게 특별했던 시간은 여전히 빛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동료가 아니라,
삶의 고비마다 만나게 된 이들이고,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진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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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생각했다.
내향적인 성격,
혹시 부족한 성격은 아닐까?
좀 더 활달했다면,
좀 더 외향적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내향성은 내 복이었다.
조용히 바라보고,
깊이 고민하고,
느낌과 감정을 섬세하게 살펴온 시간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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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자주 확인받는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내 안의 감각과 생각이 헛되지 않았음을.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서 먼저 확인받고 있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도.
내 글에 공감하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로부터.
그것은 자랑이 아니다.
확인의 여정일 뿐이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몸으로 체화하고,
세상과 이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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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내향적인 나에게 감사한다.
내향적이지만,
내향적이기에,
나는 세상과 나 자신 모두를 향해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향적인 사람은
원할 때,
선택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강한 가능성의 사람이라는 것을.
그 반대는 더 어렵다.
그래서,
나는 나를,
그리고 내 안의 조용한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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